[실종아동의 날 5.25] ④ ‘작은 관심’이 만드는 ‘큰 기적’

조나리 기자 승인 2021.05.25 13:19 | 최종 수정 2021.06.03 11:22 의견 0

5월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실종아동 부모님들의 시간은 수십년 전 아이를 잃은 그날에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실종아동일 수 있는 분을 알고 계신 분이나 당사자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아동권리보장원(02-777-0182), 실종아동찾기협회(02-774-0182), 실종신고센터(국번없이 182)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800여명의 장기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큰 기적을 만듭니다. <편집자주>

아동권리보장원 정상영 실종아동전문센터장은 취재룸J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실종 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실종아동일 수 있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는 실종아동지원과보호에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다.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실종아동 가족 지원과 실종아동의 홍보 및 필수교육인 미아방지 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취재룸J가 만난 아동권리보장원 정상영 실종아동전문센터장은 “장기실종 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실종아동일 수 있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신고가 접수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실종아동전문센터에도 신고가 접수된다. 센터는 이후 실동가족과 유선상담을 진행하고, 가족이 원할 경우 아이를 찾는데 필요한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제작한다. 또한 습관적으로 집을 나가 사라지는 장애인의 경우, 가족들의 요청이 있을 시 위치추적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최근 신고 접수에 대한 1차적인 대응이다. 문제는 장기 실종이다. 국내 실종자는 2020년 12월 기준 20년 이상 실종자는 636명, 그 이상 장기실종까지 합하면 825명까지 이른다. 센터는 장기실종 가족들을 돕기 위한 사업도 시행 중이다. 이중에는 실종가족의 활동비와 심리상담 지원도 포함돼 있다.

정상영 센터장은 “아이가 없어졌다면 그 집이 정상적으로 돌아갈까요?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이를 찾기 위해 세월 다 던지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수십년”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센터는 심리 상담과 정신과진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활동비가 필요하다면 충분치는 않지만 지원해드리고 있다”며 “지방에 있는 시설을 찾는다면 교통비와 숙박비, 식사비 등 실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유전자 채취 및 관리도 센터의 업무 중 하나다. 현재 국내 보유 중인 실종아동 관련 유전자는 38,000여개다. 여기에는 실종아동을 찾는 부모의 유전자와 보육원에 있는 무연고 아동의 유전자도 포함돼 있다. 또한 해외입양자의 경우 입양 전 신분이 불분명한 경우 본인의 원하는 경우에 한해 유전자를 채취해 보관하기도 한다.

장기실종 아동의 경우 얼굴나이 변환 기술을 통해 수십년 후 추정 얼굴을 재현해 홍보물에 활용하기도 한다. 현재 실종아동전문센터와 한국과학기술원이 제휴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정상영 센터장은 이에 대해 “집안의 가계특성과 부모, 형제들의 얼굴의 특성을 모아서 30년 후 얼굴을 재현한다”면서 “현재 약 40명의 얼굴이 만들어졌는데 주변에서 홍보물을 볼 경우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홍보물은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종아동전문센터는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각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종아동의 홍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자봉지와 택배 상자, 전기요금, 국민연금 등 각종 고지서에도 실종아동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 같은 홍보물을 통해 수십년 전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동권리보장권 실종아동전문센터는 실종아동 홍보를 위해 각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권 실종아동전문센터는 실종아동 홍보를 위해 각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상영 센터장은 “홈쇼핑 카탈로그에 실종아동의 얼굴이 있었는데 그걸 본 어떤 분이 ‘너 얼굴과 비슷하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그 친구는 자신이 실종아동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센터 측에 문의를 했다”면서 “확인해 보니 아주 어렸을 때 실종된 아동이었다. 주변의 관심으로 20년 만에 부모를 만났다”고.

본인이 직접 홍보물을 보고 센터 측에 연락을 해온 사례도 있었다. 편의점 계산대에 뜬 실종아동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 느낀 것. 그 역시 자신이 실종아동일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고 한다. 정상영 센터장은 “그 분도 시설에서 자랐는데 부모가 없어서 시설 생활을 했나보다 했지만 확인 결과 실종아동이었고 부모를 역시나 20여년 만에 부모를 만났다”고 전했다.

정상영 센터장에 따르면 1년에 실종아동으로 신고 되는 건수는 약 22,000건이다. 실종에는 이마는 물론 아기를 버리는 기아와 유괴도 포함된다. 최근은 실종건수 대부분이 가출에 해당한다는 게 정상영 센터장의 설명이다.

정상영 센터장은 “지금은 아이가 길을 잃었을 경우 대부분 다 찾는다고 보면 된다. 또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아이를 유괴할 수도 있겠지만 금방 드러나게 돼 있다”며 “CCTV도 있고, 경찰의 수사력에 사회체계 자체가 잘 이뤄져 있다. 그러나 30~40년 전에는 그런 부분이 참 미흡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실제로 과거에는 아이가 서울 중심가에서 없어졌는데 서울 외곽의 경찰서에서 보호하고 있었는데도 연계가 안돼서 찾는데 며칠씩 걸렸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외에도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사람을 소중이 여기는 인권감수성도 당시는 미흡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종과 유괴, 미아교육은 아동복지법에 나와 있는 필수 교육”이라며 “평소 아이에게 부모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주지시키고 길을 잃었을 시 ‘멈춰서기, 생각하기, 도와달라고 하기’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상영 센터장 역시 실종아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주변에 실종아동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희 기관을 소개시켜주고, 유전자도 저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더 나아가 자신이 고아로 살았다면 실종아동일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제보를 주셨으면 좋겠다. 관심을 기울일수록 실종아동이 가족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저희는 실종아동이 어딘가에는 살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찾을 수 있다. 포기하면 못 찾습니다. 실종 부모님들 역시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살아계시는 한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취재룸J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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